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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본 라틴아메리카의 애그테크 산업 Guillermo Sanchez National Institute of Agricultural Technology (INTA) National Council of Scientific and Technical Research (CONICET)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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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기존의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핀테크의 등장 이래 ICT는 확장을 거듭하며 농업부문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농업 부문에서 ICT가 활용된 최초의 사례로 알려진 것은 비교적 오래 전인 1992년에 등장한 콤바인 수확량 계측기로, 이 경우 ICT는 기계장비에 부착되는 하드웨어의 형태를 띠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과학∙학술부문에서의 시뮬레이션 및 예측모델에서 시작한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농업부문에서 활용하는 ICT의 수준도 더욱 고도화되었다.
 
이러한 맥락 아래 지난 5년 여간에 걸쳐 확고히 자리잡은 개념인 애그테크(AgTech)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의미하는 영단어를 조합해 만들어낸 것으로, 경우에 따라 농업에 접목한 ICT 기술 자체, 혹은 이러한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체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된다. 일례로 한 연구자는 애그테크를 ‘다양한 가용기술을 활용해 오늘날 농업활동의 양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벤처기업’으로 정의했지만,1) 다른 이들은 ‘농작물 생산에서 공장 가공, 운송, 마케팅에 이르는 농식품산업의 여러 부분에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지식집약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혁신’이라는 정의를 내놓기도 한다.2) 이러한 정의들은 디지털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벤처기업에도 관심을 할애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기서 주목하는 혁신의 사례로는 산업질서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적 바이오테크의 등장 이래 종자, 백신, 기계장비 등에 접목되고 있는 각종 기술을 들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지난 5년 여간 애그테크 스타트업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3) 따라서 본고는 혁신체계 개념에 기반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애그테크를 분석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다른 여러 전문가들이 내놓은 자료와 평가 결과를 활용한다. 우선 다음 섹션에서는 혁신체계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이론적 접근법을 간략히 소개하고, 다음으로는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하여 라틴아메리카 애그테크 부문의 혁신 생태계에 관한 질적∙양적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관련 부문이 얼마나 발전해 있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필자의 오피니언을 담은 결어로 글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혁신체계 접근법
혁신 생태계라는 개념은 애그테크에서 혁신의 역학을 설명하는 프레임워크로 흔히 사용된다. ‘생태계’는 공공∙민간 모든 부문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학습과 혁신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한 지식집약적 성격을 특성으로 한다.4) 사회기술적 관점에서 바라본 혁신은 단순한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특정 기술을 채택·수용·배척하는 과정을 둘러싼 사회학적 맥락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관념의 배경에는 기술이 모든 사회에 보편적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존재하며, 한 사회가 특정 기술을 문제 해결방안으로 채택하는지의 여부는 각 사회가 지닌 역량의 수준과 고유 이슈들에 따라 결정된다.5) 특히 애그테크 분야에 형성된 혁신 생태계는 다양한 혁신의 급속한 등장과 대체를 주요 특징으로 하고, 따라서 이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혁신 모두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아르헨티나 및 라틴아메리카의 애그테크 생태계 개괄
소토마요르 등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하는 농업 생산 분야의 핵심 기술의 사례로 △센서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블록체인을 지목하고, 라틴아메리카 9개국7)에서 이들 기술을 둘러싼 혁신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추가로 분석했다. 이 중 아르헨티나의 경우 비록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의제를 발표하고 관리하지는 않지만, 정밀 농업∙축산업이나 관개 시스템 등 이른바 농업 4.0 관련 분야에서 다수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한편 또다른 연구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소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 정보제공 서비스에 애그테크가 이용되는 사례에 주목하기도 했다.8)
 
다수의 연구진은 혁신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이 수행하는 역할이 확대되고 공공부문의 노력이 커지고 있는 경향을 발견했지만, 이와 동시에 여러 주체들의 상호 조율이 부족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신기술의 탄생이 공급 부문에 집중되면서 그 구체적 혜택이 사회로 전달되지 않고, 민간부문의 프레임워크에 대한 의존성이 과도하다는 문제가 관찰된다.
 
라크만 등9)은 아르헨티나에서 2019년 말~2020년 초에 걸쳐 1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애그테크에 대한 민간부문의 시각을 소개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전문 기술팀 운영 △R&D 및 혁신 촉진 △개별 활동 △아르헨티나 농업기술원(INTA) 등 기관과의 협업을 수행한다고 보고했으며, 경제정책상의 이슈와 신기술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신을 주요 도전요소로 꼽았다. 본 연구는 현황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정부가 기술 개발과 채택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해소하고 공개적 혁신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아르헨티나 농∙축산∙어업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10)는 150개 스타트업의 활동분야를 △기존 문제 해결용 기술 △경쟁력 향상용 기술 △장기적 목표 지향형 기술(축산기업의 생산성, 수익성, 마케팅 측면 등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기술 등)로 분류했다. 농∙축산∙어업부는 애그테크가 아르헨티나의 지식경제를 지탱하는 중추 중 하나로서, 정책적∙법적 지원을 바탕으로 농업 기술을 국내 3위 규모의 수출분야로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11) 
 
 
다음으로 라틴아메리카라는 보다 큰 영역에서의 애그테크 벤처기업에 대한 분석도 다수 존재한다. 먼저 비통12)등 이 2021~2022년 조사한 450개 애그테크 벤처기업 중 브라질계는 51%, 아르헨티나계는 23%를 차지했다. 또한 레이더 애그테크 브라질(Radar AgTech Brazil)은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574개 애그테크 스타트업의 존재가 확인되는 등 관련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 보고서에 등재된 일부 비일관적 내용에 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13)
 
버트 등14)은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5개국에 소재한 90개 애그테크 벤처기업을 분석했다.15) 그 결과에 따르면 역내 애그테크 기업들은 꾸준한 성장과 통합 추세를 보였고, 유관 기업의 수 자체도 증가했다. 이들 기업 모두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활동을 개시한 스타트업으로 뛰어난 젊은 사업가들의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녔는데,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애그테크 생태계에서는 민간∙개인∙시드(seed) 자본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라틴아메리카 기업체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2021년 전반기에 62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를 기록해 2019년 및 2020년에 비해 상승세를 보였다. 이 중 애그테크 분야의 투자 유치액은 농업이 역내에서 지니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투자가 집중된 핀테크,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분야에 미치지 못했지만, 해외자본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창업 직후부터 국제사업을 진행한 일부 애그테크 기업의 사례도 존재한다.24)
 
애그테크 혁신 생태계는 고도의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그 구조를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농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벤처기업, 정부, R&D 기구 등 주체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시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지금도 여럿 찾아볼 수 있고, <표 2>는 이러한 사례 중 일부를 소개한다. 이러한 애그테크 시장은 기술적 진보와 관련 규제를 포함한 애그테크 전반을 농업 관련 기술의 발전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려는 목적 아래 수립된 것이다. 하지만 표의 내용, 그리고 여기서 소개하지 않은 다른 역내 시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 구상이 개별적으로 추진되면서 불필요한 중첩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도 확인해볼 수 있다.
 
한편 애그테크 생태계에서는 정부 규제도 큰 중요성을 지니지만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규제환경은 공백 상태에 있으며, 현지 애그테크 생태계 참여자들은 구체적 지침의 부재라는 맥락 아래 농업, 조세, 기업활동을 관장하는 기존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반구에서는 유럽연합(EU)의 농업 데이터 취급 행동규범(Code of Conduct for Agricultural Data Processing), 미국의 농업 데이터 취급 원칙(Principles for the Processing of Agricultural Data)과 같이 농업 데이터의 취급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둘러싼 윤리∙규제적 측면의 이슈를 다루는 구상이 출범하는 등 규제환경이 라틴아메리카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25)
 
이처럼 라틴아메리카의 역동적인 농업 환경에서 혁신 생태계는 주로 민간 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빠른 성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결론
애그테크의 세계적 성장은 라틴아메리카 각국, 그 중에서도 농업 생산에 강점을 지닌 국가들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페레스26)의 경우 이와 같은 신 기술 패러다임의 등장이 천연자원 추출에 주력하는 국가들에게 특히 큰 혜택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관련 분야의 성장에 따른 중요 기술의 양태 변화는 신기술 활용능력을 지닌 주체들이 경쟁의 장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낸다. 라틴아메리카 애그테크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핵심 주체는 기업가∙개발자, 투자자∙벤처캐피털, 그리고 사용자 등 3가지로 분류되고, 각종 기관이나 연구소 등 보조적 주체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 생태계에서는 신규 참여자의 등장과 기존 참여자의 탈락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지난 시기에 비해 폭발적 속도의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애그태크 생태계는 농업의 경제적 비중이 매우 크다는 역내국들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참여 주체들 사이의 상호 연계 부족, 그리고 적합한 네트워크의 부재로 인한 기술 보급상의 제한이라는 문제 때문에 기대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주체로는 공공부문이 있으며, 특히 각국 중앙정부는 통합된 애그테크 생태계 수립에, 지방정부는 지역별 허브 구성에 각각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북반구에서는 이미 관련 구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애그테크 분야의 구체적 규제 지침 마련도 라틴아메리카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영역 중 하나로 지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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