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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경제: 중남미 지역에서의 기회와 위협 Fernando A. Manzano UNICEN-CONICET (University Nacional del Centro de la Provincia de Buenos Aires y Consejo Nacional de Investigaciones Científicas y Técnicas) Associate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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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현재 인구구조상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대부분에서는 사망률의 점진적 감소와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1) 의료 서비스와 기술의 진전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질도 개선되면서 노인 인구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2) 이제 고령화는 더 이상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 인구 중 노년층의 비중은 다른 모든 연령대보다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60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5세 이하 인구 비중을 5%p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되었다(<그림 1> 참조).
 
인구학계에서는 고령화를 경제, 사회, 정치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미래 문제와 연관짓는데, 그 중 대표적 사례는 연금 수령기간 증가에 따른 연금비용과 노인들의 의료 수요 증대에 따른 의료비용 상승이다.3) 게다가 은퇴한 노인들이 일상생활을 위해 그간 은행에 맡겨 두었던 예금을 인출하게 되면 가용자본의 규모가 줄어들어 정부가 교육이나 인프라 등 여타 사회적 소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축소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4) 이 밖에 노년층이 빈곤이나 사회적 소외 문제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5) 그리고 젊은 경제활동인구 규모가 줄어들면서 미래 소비나 경제성장 전망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6)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화가 경제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는데,7) 이 시각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이 인구 고령화와 노인 수의 증가를 배경으로 하는 일명 ‘실버경제’이다.8) 
 
실버경제의 개념
실버경제는 일반적으로 노인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의 총체를 의미하며, 전통적 은퇴 이후의 계속 근로나 봉사활동, 적극적 사회 참여와 같은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보다 협소한 의미의 실버경제는 노인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대에 맞춘 상품∙서비스 공급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9)
 
인구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론인 인구변천이론은 과거의 전통적 인구구조가 현대화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본 이론에 따르면 전통적 농업사회형 인구구조는 출산율과 사망률이 모두 높은 특성을 지닌 반면 현대적 인구구조에서는 양 수치가 모두 낮게 나타나며,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피임에 대한 인식 확산, 의료의 질 향상, 생활환경의 개선과 같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아울러 인구변천 초기에는 출산율에 앞서 사망률이 먼저 떨어지면서 청년층의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노년층의 비중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실버경제 이론에 따르면 제1차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 시기의 경제활동 인구는 자신들의 노년기가 이전보다 길어지고 노동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청년의 수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상황이 실버경제의 발달을 촉진한다. 노년층 비중 확대에 따른 공공재정 부담 문제를 예견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미리 저축액을 늘려두게 되는데, 여기에서 제2차 인구배당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새롭게 노년층에 진입하는 세대가 이전에 비해 자본 및 건강 측면에서 향상된 입지에 서면서 이들이 중심이 되는 실버경제 시장이 공고화되는 것이다.10) 
 
위에서 언급했듯, 기대수명 증가와 출산율 감소는 인구 중 노년층 비중의 급속한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11)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잠재력도 함께 성장한 현재,12)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실버경제의 향후 전망을 높이 평가하면서 노년층이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세계 경제의 주요 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다.13) 이 측면에서 기업들은 수가 점차 늘어나는 노인들의 구체적 소요에 초점을 맞춘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유망사업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14)
 

 
실버경제의 잠재력
노인 친화적 기법을 활용한 서비스와 혁신기술의 진전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독립적 삶을 영위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사회적 중대 목표라고 할 수 있고,15)  이 점은 ‘건강한 노화’ 개념에 따른 경제적 기회 창출과도 직결된다.16)  이를 위한 조치 중 하나인 근로연령 연장은 노인들이 기존 은퇴연령 이후에도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고, 연금제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 노인들이 활발한 삶과 사회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17) 이처럼 노인들의 활동성을 신장하는 조치들은 노화에 따른 건강 악화의 속도를 늦추어 고령자들이 늦은 나이에도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18) 그 결과 심장마비, 뇌졸중, 만성 호흡질환 등 노년층에 흔히 나타나는 비감염성질환 관련 의료∙사회보장 비용도 절감해준다.19)
 
실버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동시장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은 60세 이상 인구의 취업률을 올리는 것으로,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에는 △커리어 연장 △디지털 격차 완화 △혁신기업 인재 확보 △노인 기업가 양성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문제 완화 등이 있다. 이러한 효과는 실버세대의 경제적 잠재력을 신장하고 기업들이 노인용 관광 ∙레저상품 등을 개발해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20) 
 
실버경제에는 노동정책 이외에도 노인들을 위한 교육, R&D, 상품∙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는데,21)
이 측면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 혹은 제론테크 개념이다. 노령을 의미하는 접두사 ‘제론’이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와 결합한 단어인 제론테크는 노년층의 일상적 생활을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며,22) 이를 통해 노인 인구 증가와 기술적 환경의 급변이라는 현대 사회의 양대 경향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되어줄 수 있다. 제론테크는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적합한 형태의 스마트 생활도구, 주택 및 생활지원 서비스, 각종 감지∙경보기와 센서, 청각∙후각장애 보완장치 등 전자기기 솔루션을 제공한다.23) 이러한 노인 친화적 솔루션은 유엔이 제시한 ‘모든 연령대를 위한 사회’ 개념, 그리고 2002년에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마드리드 고령화 국제행동계획(MIPAA: Madrid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on Ageing)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상적 실버경제 구축의 장애물
인구 고령화라는 배경 아래 노년층이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하고 세계 경제에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사회적 도전요소를 극복해야만 한다.24) 위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실버경제 또한 그 특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 혹은 지역적 수준에서 장애물을 만나 발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25) 이러한 장애물의 사례에는 △일부 시장의 저금리 기조 △실버경제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 및 부유한 소비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사업형태 △생필품이나 건강 관련 상품에만 지갑을 열고 새로운 솔루션이나 기술에는 불신감을 드러내는 등 실버경제 발달에 비우호적인 노년층 소비행태 △거대도시에 비해 떨어지는 매력이나 사회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이나 노년층 유치가 어려운 일부 지역적 특성 등이 있다.
 
한편 노동시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세대의 규모가 이전에 비해 작아진 상황에서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등교육의 필요성, 그리고 이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재정상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에 비해 일자리나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부 노인들은 빈곤이나 사회적 소외에 직면할 위험성이 더욱 크고, 고령화로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각국의 의료∙사회 안전망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26)
 
 
아울러 실버경제에 관한 EU 집행위원회의 2015년 보고서는 점차 고령화되는 인구를 단편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을 활동적 인구, 허약인구, 피부양인구로 구분해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27) 한 연구자는 이 점에 주목해 지위와 소득, 건강,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상이한 개인들로 구성된 실버경제가 제론테크의 목표와 과연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조사하고자 했다. 분석의 대상이 된 50개 이상의 시장에는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나 사회활동이 왕성한 은퇴계층도 존재했지만, 이외에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신체적으로 허약한 노인들의 사례도 관찰되었으며, 특히 1인가구 노년 여성은 타인에 대한 종속이나 사회적 소외 위험성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었다.28)
 
중남미의 고령화와 실버경제
오늘날의 중남미는 세계 여타 지역에 비해 인구 구조가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한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13%를 차지하는데, 이는 유럽(26%)이나 북미(23%)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그러나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면서 미래에 연금, 의료, 인구부양 측면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까지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7.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2090년에는 36.4%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29)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가 예상되는 만큼, 중남미 국가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고 적절한 보호 시스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주택, 관광, 돌봄 및 수송 서비스 등 분야에서 실버경제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해당 분야가 앞으로 수백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잠재력도 존재한다. 중남미 민간부문에는 돌봄 서비스나 생애 말년 계획 지원을 제공하는 건강 앱 등을 개발해 운영하는 이른바 에이지테크(agetech) 계열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고 있다.30) 브라질에서 노년층 대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민간기업의 사례로는 실버허브(Silver Hub)가 있는데, 이 회사는 에이지테크 투자, 컨설팅, 멘토링 분야에서 노인들에게
맞춤형 상품과 솔루션을 판매한다.31)
 
다만 현재 중남미에서 공급되는 노년층용 상품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의료 및 돌봄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경향의 잠재적 원인으로는 역내 각국의 노인들이 소비, 투자, 노동 측면에 기여하는 부분이 아직 작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중남미 실버경제 생태계에서는 국가의 참여도가 낮게 나타나는데, 통계에 의하면 노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 중 약 4분의 3이 민간 영리업체로 분류된다.32) 
 
중남미에서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며 실버경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버경제가 주도적인 경제분야로 부상할 조건이 폭넓게 갖춰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고령화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소비행태의 변화에 주목해 노년층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한 현지 업체의 사례는 이미 다수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단순한 건강이나 장기 돌봄 서비스 이외의 다양한 솔루션에 특화된 기업들도 있으며, 이들 기업 주도하는 업종의 세분화가 미래 중남미 실버경제의 발달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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