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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부유럽의 최저임금 제도: 현황 분석 및 과제 논의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Belgrade, Republic of Serbia Research Associ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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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유럽의 최저임금 제도 관련 논의

스릅스카 공화국(The Republic of Srpska)1)의 밀로라드 도디크(Milorad Dodik) 대통령은 2023년 11월에 최저임금 수급자들의 생계 보장을 위해 월 최저임금을 1,050 보스니아 마르크(BAM: Convertible mark, 약 79만 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2) 그 이후 스릅스카의 최저 순수임금은 협상을 거쳐 이전 대비 28.6% 인상된 900 마르크(약 68만 원)로 조정되었는데, 이 금액은 월 평균임금 1,400 마르크(약 105만 원) 대비 64.3% 정도로 유럽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한편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총리 또한 2023년 1월 선거를 앞두고 생활수준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18% 인상을 발표했고,3) 2024년 1월에는 체코 정부도 9.2%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체코의 최저 총임금은 평균임금의4) 41% 수준인 최대 770 유로(약 114만 원)까지 올라갔고, 체코 정부는 향후 5년간 최저임금을 현재 1,860 유로(약 275만 원)인 평균임금의 4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과거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인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해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생활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기업가들의 분노를 사지 않는 균형점을 유지하고자 한다. 다만 제도상의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생활수준과 고용주가 부담하는 인건비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법집행 환경이나5) 세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 여타 경제개념과는 달리 최저임금 제도는 언제나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정책결정자들은 물론 연구자들의 의견도 명확하게 갈리는 주제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견해차는 이념적 시각, 정치적 전술, 혹은 권력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각종 이익집단, 노동조합, 사용자 연합체 등의 이해관계도 최저임금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노동권 문제에 민감한 좌파 정당들은 재분배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에 서며, 우파 정당들은 시기와 맥락에 따라 전통적 좌파의 영역인 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중 후자에 해당하는 사례가 1980년대에 자신들의 전통적 이념에 따라 최저임금을 동결한 보수당 정부 시기이다. 이에 더해 선거철에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일종의 ‘뇌물’ 형식으로 정당들이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본고는 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동부유럽 15개국의 최저임금 현황과 각국의 도전과제에 대해 분석하고, 해당국들이 채택한 다양한 정책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주제로는 각국 임금정책의 구조, 최저임금 지표, 그리고 최저임금 소득자 비중이나 제도 비준수 문제, 적용범위 문제, 단체교섭 문제 등 관련 현안들이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개념과 효과

최저임금은 고용인이 특정 기간동안 제공된 노무에 대해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으로, 단체교섭이나 별도 계약에 의해서도 해당액 이하로의 금액 조정이 불가능하다.6) 현재 국제노동기구(ILO)의 186개 가맹국 중 90% 이상이 국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법제화한 상황이며,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 근로자들이 단체교섭을7)  통해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8) 임금 하한선 설정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실업률을 올리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최저임금 정책에 역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연구에서는 이러한 악영향이 특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그리고 경기 침체기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고,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기업들이 순수익 보전을 위해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9) 최저임금 반대론자들은 이에 더해 해당 제도가 적용 비대상 직종으로의 근로자 이동, 고용주들의 근로자 교육 축소, 정규직 채용 감소, 학교 출석률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하며,10)  특히 값싼 노동력이라는 중요한 비교우위를 외국 투자 유치에 활용하는 신흥국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최저임금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도 해당 제도가 저숙련∙저연령 근로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나, 이들은 최저임금 제도가 가져오는 후생 차원의 혜택이 고용 측면의 부작용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본다.11) 한 연구자는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이 제대로 준수될 경우 근로자 빈곤 문제 해소 및 복리 증진에 큰 역할을 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12) 또한 EU 집행위원회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을 중위임금의 60% 정도라고 보고, 이 수준까지의 최저임금 인상은 확실한 후생 혜택을 가져오는 반면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을 편다.13) 일반적으로 한 번 설정된 명목 최저임금 수준은 다시 줄어들지 않으며, 최저임금에 보수적인 정부도 규정치를 직접 건드리기보다는 액수 동결을 통해 물가 대비 실질임금을 통제하는 방안을 선택한다. 이러한 경향의 대표적 예외는 2012~2013년 경제위기 당시의 그리스로, 당시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패키지 수령의 조건으로 최저임금 삭감 조치를 단행했다.14)

 

중동부유럽의 최저임금 제도 현황

중동부유럽 지역에서의 최저임금 도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2017년에 유럽 사회권 기둥(European Pillar of Social Rights) 제안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경제성장이 저소득층의 후생으로도 점진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아래 최저임금이 EU 개발 패러다임의 중대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 과거의 이러한 경향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EU가 최저임금 동결이나 인하, 그리고 단체교섭권 약화 조치를 옹호하고 나섰던 사례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15)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의 최저임금 근로자의 순임금이 2018년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의 35%에도 미치지 못해16) 빈곤 위험계층 수준까지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17) 이처럼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자들의 생활수준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음에 더해, EU 내에서 발전 속도가 더딘 지역으로부터 일부 선진국으로의 노동력 유출을 부추겨 개발 격차를 확대하고 유럽 개도국의 숙련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다만 지난 수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에는 EU의 최저임금 정책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가 2022년에 채택한 최저임금지침(Minimum Wage Directive)은 충분한 수준의 최저임금 지급, 최저임금 보호 접근성 확대, 단체교섭 수혜 근로자 비중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18) 본 지침은 아울러 중위임금의 60%를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제시하고, 각국이 단체교섭 수혜 근로자의 비중을 80%로 끌어올릴 것을 권고했다. EU 회원국 정부는 2024년까지 이 최저임금지침을 국내법을 통해 법제화해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최근 10년간 상당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해 왔으며, 최저임금 인상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의 경우 연 평균 인상률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었다(<그림 1> 참조).

 

 

 

 

 

 

 

 

결과적으로 중동부유럽의 최저임금은 명목액수와 구매력을 고려한 실질액수 모두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했으며(<그림 2> 참조), 중위임금의 60%라는 목표에도 어느 정도 근접해가는 중이다(<그림 3> 참조). 실질 최소임금이 1,000 유로(약 150만 원)를 넘어가는 국가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그리스 등 다수 존재하고, 이는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 최저임금이 837 유로(약 120만 원)에 불과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중 루마니아 및 알바니아의 경우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1%를 기록해 EU가 제시한 60% 목표점에 이미 도달해 있다. 

 

 

 

 

EU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러 중동부유럽 국가에서는 최저임금의 105%에 미달하는 보수를 받는 근로자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4> 참조). 이 중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이들 국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체코나 에스토니아를 상회한 배경에도 이러한 저임금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효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

각국 최저임금 정책의 유효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에는 평균∙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최저임금 근로자의 비중, 제도 집행조치 현황 등이 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최저임금을 법제화한 상태이지만, 이 제도의 성과는 각국 내 정책 집행상의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4년 이전에 EU에 이미 가맹해 있던 15개국의 사례를 조사해 보면 동유럽의 최저임금 상승폭이 서유럽에 비해 큰 경향이 발견되나,19) 최저임금의 액수가 근로자의 생활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각국의 조세체계에 따라 달라진다. 일례로 세율이 높아 순소득이 총소득의 60%와 66%에 그치는 루마니아와 헝가리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최소임금 수준이 근로자의 구매력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다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최저임금에 관한 화두 중 그 인상폭에 관해 논의하는 데 그칠 뿐, 중동부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요한 요소인 제도 비준수 문제, 그리고 이민자, 청년, 특정 부문 종사자 등에 대한 수혜 미제공∙차등제공 문제까지 제대로 다루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조사에 따르면 EU에서 내역 비등록 근로나 무보수 초과근무 등의 형태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보수를 받는 근로자는 전체의 7% 선인 것으로 추정되며, 헝가리(13%)와 리투아니아 (8.5%)에서 그 수치가 특히 높았다. 또한 노동조합 가입률과 대표성, 단체교섭 결과 확대적용 규정 등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도 그간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연구에 따르면 단체교섭 수혜자의 범위가 늘어날수록 근로자 중 저임금 소득자의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20)

 

결론: 중동부유럽 최저임금 제도의 역할 및 과제

단체교섭 제도가 북유럽 수준만큼 고도로 발달하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형평성 유지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수단의 역할을 한다. 특히 중동부유럽의 경우 단체교섭 수혜 근로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인데, 이 수치는 폴란드에서 13%, 체코에서 35%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 중동부유럽 국가들에서는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안정, 건강수준 및 삶의 만족도 상승 등과 유의미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1) 이 지역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상당한 성장폭을 보여주며 평균임금이나 노동생산성 성장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비록 최근 부각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실질임금 수준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 최저임금이 유의미한 속도로 인상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이다.

 

또한 많은 중동부유럽 국가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높으며, 따라서 최저임금 제도가 근로자들의 만족스러운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빈곤 근로자 발생을 예방하는 핵심 보호기제로 작용한다. 다만 최저임금에 물가상승률을 자동으로 반영하는 제도가 아직 널리 법제화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각국 정부의 재량에 달려있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른 최저임금 조정의 빈도가 낮거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등 정책적 부작위 문제가 나타난 사례가 있다.22)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최저임금을 특정 경제지표와 연동해 자동으로 인상되도록 하는 조치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동부유럽 국가별로 관찰된 최저임금 제도 관련 주요 문제점에는 △서류상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의 불일치에 따른 규정 집행 문제(에스토니아, 헝가리, 리투아니아)23) △노동 감독기관의 역량 부족(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관련 규제의 비일관성(폴란드) △정보교환 절차의 문제점(그리스) 등이 있다.24) 이미 설정된 최저임금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를 감독하는 일은 효과적 정책 수립과 집행의 중요한 부분이며, 따라서 유효한 집행전략, 법집행기관의 역량 신장, 사회 각계 파트너들과의 협력 강화 등을 중동부유럽 최저임금 정책 개선을 위한 과제로 지목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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